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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적 사유와 융복합적 통찰력

최근에는 학제간의 경계를 넘어서 예술의 지평을 넓혀주는 융복합의 가치와 미래 그리고 통섭적 사유와 상상력을 주장하며 다양한 방면에서 적용, 실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질 들뢰즈의 리좀의 세계관에 바탕을 둔 것으로 사료된다. 리좀이란 어떤 것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접속되어 유동성으로 모든 것이 새롭게 생성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옛 건축물을 보면 주변의 환경과 생태적, 자연 친화적인 디자인으로 다양한 학문 영역의 경계를 무너뜨려 융복합적인 차원에서 가치를 두고 건축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통섭적이고 융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은 몸에 지닌 우리의 감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감각은 다름 아닌, 眼耳鼻舌身(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에 바탕을 둔 감정과 감성 등, 총체적이다. 에서는 “인간..

쉰이 넘어서야 강을 보았습니다/금미자

대책 없이 밀려 밀려온 여기 세상이 잠시 숨을 죽입니다 세찬 바람이 가슴을 휘몰아 간 오후 지금은 맑고 조용합니다 노송 한 그루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장작을 패고 따뜻하게 쌓는 일 구수한 밥 냄새에 뭉근한 기다림을 배웁니다 황망히 떠나버린 시간속의 사람들 그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정표를 잃은 내가 서있고 또 다시 바람이 일렁입니다. 이제 내 마음에도 성근 볕이 들고 분주했던 시간들이 차례차례 줄을 섭니다 쉰 고개 넘어, 이제야 나는 강을 보았습니다 넉넉함으로 나를 푸근히 안고 느릿느릿 바다로 함께 갈 강을 만났습니다. _금미자 시인 -------------------------------- 여행이란 익숙한 것에서 낯선 곳으로 떠남이다. 삶의 여정 또한 이렇다고 할 때 태어난 순간부터 수없이 많은 마주침 ..

나의 시 평론 2022.11.17

허난설헌/이가은

깊은 밤 규원가에 문풍지 우는 소리 일찍이 능한 시문詩文 치마 두른 원죄 앞에 부용꽃 서늘한 이마 돌아서서 지우고 난蘭 곁에 다소곳한 버들가지 하얀 송이 가을날 우뚝 솟은 연꽃 같은 노래마저 진흙 벌 캄캄한 속을 뿌리내리지 못하고 골안개 자오록이 온몸으로 젖는 날은 뼈끝으로 새긴 곡자* 삼구홍타* 예감하고 불살라 거두었던 시혼 먼 땅에서 빛나고… *곡자(哭子) : ‘두 자녀의 죽음에 울며’라는 시 *삼구홍타(三九紅墮) : 난설헌이 지은 「夢遊鑛桑山詩」에서 스물일곱 송이 꽃이 붉게 떨어지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본인이 죽을 것을 암시한 시. _이가은 시조시인 ---------------------------------------- 우리의 전통 시가인 시조, 특히 현대 시조는 고유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서 그 ..

나의 시 평론 2022.11.17

사유(思惟)의 像을 보고 사유하다

두 점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 전시회, 미루고 미루다 틈을 내어 다녀왔다. 많은 전시회를 다녀봤지만, ‘사유의 방’은 설치미술 같은 유물 전시공간의 특색을 지니고 있어 좋았다. 입구에는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Time to lose yourself deep in wandering thought”라고 쓰여있다. 공간의 벽은 해남에서 가져온 황토로 공간을 채우고 있다. 황토 특유의 온아함과 포근함, 그리고 천장에는 별처럼 보이는 조명이 우주적 공간처럼 느껴졌다. 우선 ‘사유의 방’ 은 누가 들어와도 사유하게 하는 공간이었다. 또한, 그 공간의 반가사유상은 뒷모습도 볼 수 있게 큼, 사방을 걸어 다니면서 어느 각도에서든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는(후레쉬는 사용 금지) 공간을 껴안은 사유의 공간..

심곡천(深谷川)/홍영수

어둠의 벽을 걷어내고 별빛 한 모금으로 목을 헹군 심곡천 활짝 핀 꽃술이 등(燈)을 밝히고 여울목 물꽃은 환히 웃는다. 달의 모서리가 물고기 지느러미에 잘리는 저녁 은빛 물비늘은 상처 입은 기억의 파편들을 지우고 나울나울한 잔물결이 돌 틈에서 갓 핀 꽃향기에 멀미할 때 냇가를 걷는 길벗들은 피라미 눈망울에서 달빛을 건져 올린다. 시름에 겨워 지새는 샛별 그림자 아래 냇가의 이슬방울은 무젖은 풀잎을 입에 물고 영롱한 순결로 아롱진다. The Symgok Stream Hong Young-soo As the wall of darkness has been torn down, the stream gargles its throat with a mouthfulof srarlight. The sramens of bro..

나의 시 2022.11.15

기울기/안금자

기운다는 건 팽팽함을 내려놓는다는 것 꼿꼿하던 고개를 숙여 바닥을 내려본다는 것 뜨거운 가슴을 서서히 식히며 서쪽으로 기우는 해처럼 지나간 시간 쪽으로 한껏 기울어 비로소 너를 온전히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 _안금자 시인 어느덧 가을이 가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이렇듯 계절의 변화란 지구의 23.5도 기운 삐딱함 때문이다. 천동설을 주장했던 프톨레마이오스적 사고를 벗어난 코페르니쿠스, 그의 발상의 전환에 의해 지동설이 나왔고 이는 시야를 달리한 결과물이다. 러시아 형식주의자 슈클로프스키는 ‘낯설게 하기(makes strange)’란 ‘거꾸로 보기’,‘삐딱하게 보기’라고 했다. 결국 예술의 기법이란 대상을 낯설게 하는 것이리라. 시인은 지금 우물 밖을 보려면 우물이라는 틀의 시각을 벗어나야 볼 수 있듯이..

나의 시 평론 2022.11.15

물끄러미/박수호

이 가을 물가에 늦은 수련 한 송이 그 옆 빈 배 누굴 기다리고 있을까. _박수호 시인 晩秋의 계절, 滿山紅葉에 두리번거리는 낭만객의 시선이 아닌 제목이 말해주듯 얼혼이 흔들리는 현실을 초탈한 시선으로 오감의 솜털을 세워 시인은 물끄러미 강가를 바라보고 있다. 강가에는 7~8월에 피어 이미 시들었을, 그렇지만 무슨 연유로 수련 한 송이는 가을 찬 이슬 감겨든 자세로 피어있을까. 꽃말처럼 ‘당신의 사랑은 알 수 없습니다.’의 뜻을 새기고 있는 것일까. 늦가을 차가운 서리에 꽃잎을 여는 수련 한 송이에서 가슴에 고요의 울림으로 다가선 물음표를 매단 시인의 視. 다소 禪적이고 하이쿠 같은 시다. 소멸의 계절, 늦가을의 스산함과 누굴 위해서가 아닌 무념무상의 자태로 강가에 홀로 핀 수련, 또한 그 곁에는 詩眼이..

나의 시 평론 2022.11.15

가을 달밤/홍영수

마실 다녀오는 할머니 지팡이엔 달그림자가 뒤따른다. 사립문을 연다. 흰 고무신은 달빛 가루를 신었다. 달의 눈썹만큼 가벼운 두 발로 문지방을 넘는다. 하얀 머리카락에 걸린 별빛도 반짝반짝 안방으로 들어선다. 감잎 떨어진 소리를 귀에 건 귀뚜라미도 문풍지 틈새로 귀뚜루르 뛰어든다. 고요를 입고 사는 홀몸의 할머니 가을밤의 달빛과 숨결이 고요를 벗겨준다.

나의 시 2022.11.13

옛사람의 삶의 디자인, 병산서원(屛山書院)

근래에 들어와 전반적인 문화에 걸쳐 전통에 관심이 높아졌다. 그래서 전통의 이해와 계승발전 등과 같은 우리 것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연어의 귀소본능처럼 우리는 전통을 찾아 익히고 공부해야 한다. 옛것에 대한 막연한 향수라기보다는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서구 지향적 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문화권이 갖지 못한 보다 새롭고 세계적인 우리의 것을 찾아야 한다. 그 이유는 우리 것들에 대한 창의적 사고를 하려는 노력의 한 방편으로 생각할 수 있어서이다. 인류학에서 발달된 중요한 개념인 ‘문화상대주의’란 세계 여러 문화를 우리 자신의 가치관이나 우열의 척도를 가지고 보지 않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의 시각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의 문화가 무조건 훌륭하다고 믿는 ‘문화 사..

수의(壽衣)를 입은 강 / 홍영수

아가미의 호흡이 멈춘 물고기들물녘에 죽음의 향연이다 혈관 막힌 강줄기녹색으로 물든 눈꺼풀 없는 두 눈자유형의 동작을 잃고서주검의 배영으로 물 위에 누워있다 녹조의 수의를 입은 강댐을 봉분 삼아 저승으로 간 물고기 떼흐물흐물한 사체엔 느물느물한 쉬파리 떼하품하듯 멈춰버린 민물조개 곁에몇 알의 모래는 빛을 잃고 묵념 중이다.어쩌다 끊긴, 천고의 물길무젖은 달빛이 녹색 향을 피운다. 떼죽음 된 수면의 어류 전시장아무런 잘못 없다는 듯창자를 내밀며 죽음의 기도를 한다어부의 손길에 터진 부레가 부풀기를철새의 날갯짓에 지느러미가 파닥거리기를봄비의 어루만짐에 산란의 축복이 내리기를  흘러야 할 흐름이 흐르지 않아잿빛에서 초록으로 변해가며녹조의 암세포가 전이 된, 강은말기 암이다.---------------------..

나의 시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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